2015-07-28 09:07:39, 조회 : 6,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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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저널
[오피니언] 진짜 노동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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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선(주부)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홍세화 선생의 글을 읽었다.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 해고자 복직 투쟁위원회 대표인 차광호 씨가 400일째 45미터 높이 굴뚝에서 농성하는 의미를 설명하면서 “노동자들은 많으나 노동자 의식이 드물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렇다. 이 말이 요즘 딱 어울린다.

오늘도 남편(김석진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은 새벽밥을 허둥지둥 먹고 회사 정문으로 달려간다. 사내하청 사장이 저지른 먹튀 폐업으로 생존권을 잃어버린 50~60대의 미포조선 사내하청 KTK 노동자들과 출근투쟁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상복을 입고 장송곡을 틀어놓으며 노숙농성 중이고, 체불임금 해결과 고용승계를 원청인 미포조선이 책임지라고 매일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미포조선 활동가들과 점심선전전을, 퇴근길에는 다시 KTK 노동자들과 퇴근선전전을 한다. 원하청노동자들에게 먹튀 폐업 해결을 비롯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반대, 사내 외주화와 성과연봉제 반대, 2011년 모 임원(현 퇴사)의 사내하도급 뇌물 비리에 이어 최근 현장관리자들이 저지른 비리에 대한 재발 방지 촉구 등을 설득한다. 이런 주장을 해온 날들이 며칠 지나면 4개월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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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포조선 정문 사내하청 KTK노동자 집회모습


미포노조 사무실 입구에는 민주노총 깃발이 나부끼고, 그 집행부는 최근에 민주노조 사업장으로 구성된 조선업종연대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왜 소수 현장활동가들만 나서서 온갖 탄압을 받고 있는지 남편에게 물으면, 남편도 노동조합은 많은데 노동자의식으로 뭉친 노동조합은 드물다고 말한다.

남편은 노조나 회사에서 나오는 소식지들을 꼼꼼히 챙겨와 나에게 보여준다. 최근 회사가 발행한 인사소식지(제95호)를 보고 감짝 놀랐다. 남편에 대한 무자비한 인신공격이 실려 있어서였다.

지난 2009년 4개월간 미포조선 사내하청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원하청연대투쟁에서, 남편은 당시 현장대책위 대표였고 집회 때마다 연설을 했다. 이때 한 번의 발언 실수를 또다시 인사소식지를통해 “몇해 전 회사가 망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망언을 부르짓던 그 사람이 망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등의 인신공격을 해댔다. 뿐만 아니라 남편과 함께 활동하는 현장활동가들을 연이어 징계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내용증명으로 가족이 있는 자택으로 보냈다. 가족들까지 겁박하려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남편과 활동가들은 변함없이 부당징계 철회와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외치며 오늘도 홍보물을 배포하고 현장선전전을 한다. 사내하청 KTK 노동자들의 문제와 현장활동가들이 제기하는 사내에서 발생된 현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투쟁을 해나간다는 결의를 모은다.

오늘도 퇴근해온 남편과 저녁을 마친 후 이야기한다. 잘못을 봤을 땐 분노하고, 거짓말을 폭로하며, 고통은 함께 나누고, 앞장서서 노동자의 요구를 제기하며, 부당한 일을 당한 동료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게 진짜 노동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만약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면 쥐들이 몰살당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남편과 함께 투쟁해 나가고 있는 사내하청 KTK 노동자들과 현장활동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더 힘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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