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

기업주가 아니라 노동자를 지원하라

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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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174호 | 발행 2016-05-18 | 입력 2016-05-18

조선업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매년 정규직을 8백 명씩 감원해 2019년까지 총 3천여 명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올해는 정부의 압박으로 해고 규모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1천5백 명 해고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사무직 1천3백여 명을 해고한 데 이어, 최근 또다시 전체 정규직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3천여 명 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해고가 사무직 관리직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3천여 명을 줄인다면 생산직으로까지 해고가 확대될 것이다.

조선회사 사측들은 임금 삭감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잔업·특근 축소 등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 각종 수당 삭감, 임금피크제 확대 등을 단협 개악안으로 내놨다. 전환배치와 해고에 대한 ‘노조와의 합의’ 조항을 ‘협의’로 바꿔 해고를 마음대로 추진하려고도 한다.

비정규직 고용불안

조선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조선회사들이 사내하청사에 지급하는 대금을 줄이면서, 하청업체들이 폐업하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조선회사들은 이 자리에 임금이 더 낮은 단기 하청, 일당직 등을 채우고 있다. 현대중공업 일부 사내하청업체는 ‘경영상 위기를 인지하고 있어 추후 희망퇴직 권고를 이의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퇴직 확약서’를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압박 때문에 5월 11일에는 해고 위협을 받은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반면, 호황기에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임금을 동결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던 기업주들과 정부는 위기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예를 들어,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1천3백억 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최근 또다시 1천2백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 지원금 중 2백50억 원에 대해서만 출자전환을 하기로 해 한진중공업 회장 조남호는 경영권을 그대로 지키게 됐다.

반면 이미 수년간 해고로 고통받아 온 한진중공업 노동자 60명은 또다시 일자리를 잃었다.

현대중공업 그룹 총수인 정몽준이 최근 10년간 받은 주식배당금은 2천7백95억 원이고, 현대중공업은 2008년, 2009년 매년 3조 원 이상의 이익을 냈으나 2009년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이 동결됐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2010년에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했지만, 노동자들은 이런 호황에서 득 본 게 거의 없다. 이제 조선업 위기가 오자, 노동자들은 해고와 임금 삭감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도 조선업 위기에 한몫했지만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 조선회사들이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에 몰두할 때, 정부는 해양플랜트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우리 산업의 핵심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선회사들을 부추긴 바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책임은 나 몰라라 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금은 조선업 기업주들과 채권단의 이윤을 보존하는 데만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STX조선은 지금까지 4조 5천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이 중 3조 7천억 원이 채무·이자 상환 등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한편, 조선업 호황 때 열매를 따먹기에 바빴던 정부와 기업주들이 자신들의 손실은 ‘사회화’하자, 조선업체들에 정부 지원금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 2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자, 참여연대는 이렇게 정부를 비판했다. “산은과 금융위는 손을 떼고 채권단이 법정 절차에 따라 공평한 손실 분담을 전제로 회생 가능성을 공정하게 판단하여 추가 지원 여부나 지원 규모를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실관리 의혹의 당사자가 또다시 국민의 돈을 쌈짓돈 사용하듯이 동원”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일절 지원해서는 안 된다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조선 노동자들도 위기의 대가를 함께 치러야 하는 셈이 된다.

진정으로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정부의 지원을 반대할 게 아니라, 기업주들의 재산과 정부 지원금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노동조건을 보호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중국 경제 불안정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지배자들

조선업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조만간 도크(선박을 건조하는 작업장)가 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조선업체들은 구조조정 계획에 도크를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 사장 권오갑은 노조와의 협상 자리에서 “도크 가동 중단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협박했고, 대우조선해양 사장 정성립은 ‘빅3의 생산설비 30퍼센트 감축’을 제안했다고 한다.

물론 주류 언론들과 사측은 조선업 위기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며 호들갑 떨고 있는 면이 있다. 현재 조선업 ‘빅3’는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도크가 빌 위험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 올해 1분기의 선박 건조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2.6퍼센트 증가했고, 올해 선박 건조량 예상치는 지난해에 견줘 3퍼센트 정도밖에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그럼에도 지배자들이 호들갑을 떨며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려 하는 것은 그만큼 커다란 위기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위기, 특히 중국 경제의 불안정은 한국 지배자들의 뒷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위기감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인민일보)>는 중국 경제 성장이 부채에 너무 의존하고 있으며 개혁이 시급하다는 한 정부 인사의 주장을 실었다. 여러 언론들은 이 정부 인사가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의 최측근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보도는 중국 정부가 정부 지원으로 성장률 6.5퍼센트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한편으로, 급증하는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만약 중국 경제가 ‘경착륙’(추락)한다면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면서 한국의 조선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조선·해운에서 시작한 구조조정을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민영화, 노동 개악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또한 정부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본 확충을 빌미로, 국책은행들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고 있다. 석유공사·광물공사에서는 인력의 20~30퍼센트를 줄이고, 부채가 1조 원 이상인 대한석탄공사의 폐업을 검토하고 나섰다.

민영화도 또 추진할 태세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발전회사 5곳,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고, 전력·가스 부문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민영화 계획을 다음 달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은 구조조정 분위기를 이용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이 마지막 본회의에서 꼭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배자들이 큰 위기감을 갖고 구조조정에 나서는 만큼 조선 노동자들도 강력한 투쟁을 조직해야만 임금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비정규직 우선 해고와 임금 삭감에 맞서 싸우자

공기(工期)를 맞춰야 하는 사측의 약점을 노려 투쟁하자

지금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로 인한 막대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무려 4천 퍼센트가 넘었다. 최근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물량이 많이 남아 채권단에 2조 3천억 원가량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처럼 막대한 부채와 자금 압박 때문에 조선회사들은 정규직 사무직원 해고와 임금 삭감 등을 통한 비용 삭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줄이면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빅3’ 조선회사는 여전히 생산직 해고에는 조심스럽다. 조선회사들의 수주잔량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인도해야 할 물량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박이나 해양플랜트의 공기(工期)를 맞추지 못하면, 선주사에 페널티를 물어야 하거나 수주 자체가 취소돼 조선회사들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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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산업 수주액과 조선3사 수주잔고 추이 ⓒ그래픽 김준효

따라서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노동조합은 조선사 측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야 한다. 사측이 완강하게 비용 삭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파업을 조직해 사측에 더 큰 타격을 입혀야 한다. 임금을 양보해 고용이라도 지키자며 양보 교섭에 나서거나 조선업 ‘발전’을 위한 노사정 협의 등에 매달리면, 사측과 정부는 조선업 위기를 빌미로 더 많은 양보를 강요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 책임 전가 구조조정 반대”,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 보장”이 공문구가 되지 않도록 비정규직 우선 해고에 분명히 반대하고, 진지하게 하청 노동자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이들을 파업에 동참시켜야 한다.

이는 파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그동안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를 이간질하며 원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해 온 사측의 전술을 좌절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규직 노조가 단호하게 투쟁에 나서려 한다는 점을 보여 줘야 하청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 함께할 자신감을 키울 것이다.

이렇게 단호하게 투쟁을 지시해야만 조선업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기업주와 정부를 좌절시키고, 임금과 고용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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