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어용 노조' 장기 독재의 비밀은…"
[인터뷰 上] 현대중공업에서 24년 노무 관리한 이재림 씨
| 2016.03.21 10:40:57
    

현대중공업에서 노조를 조직적으로 관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노조 행사 등에 관리자를 파견해 노골적으로 누가 참석하는지 동향을 파악한 것은 물론, 노조 대의원 선거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당사자 증언이 나온 것. 그간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노조 관리 정황'은 노동자들의 주장으로만 제기됐다. 이를 지시한 당사자가 직접 증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증언을 한 사람은 현대중공업에서 2011년까지, 32년 동안 근무해온 이재림(60) 씨다. 197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 씨는 1987년 노조 설립 때부터 2011년 5월 퇴직 전까지 노무 관리 업무를 맡았다. 퇴임 후에는 하청업체를 운영했다. 지난 1월, 조선 경기 불황의 여파와 원청의 기성 삭감 등으로 폐업했다. 

이 씨는 현대중공업 해양도장부 운영과 과장으로 재직했다. 운영과는 부서 소속 노동자 노무관리가 주 업무다. 이 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어떻게 노조를 관리해왔고 노조 선거 등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설명했다.  

다음은 이 씨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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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정기훈)


"'현대중공업 노조, 강성으로 가는 것을 막으라' 지시했다"

프레시안 : 현대중공업 운영과에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부터 2011년 5월까지 24년 동안 노무 관리를 했다고 들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말해 달라. 

이재림 :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하려면 우선 내가 속해있던 운영과를 설명해야 한다. 먼저 현대중공업 부서 구조를 이야기하면 회사에 사업부가 있고 그 사업부 산하에 건조, 도장 등 수십 개 부서가 나뉘어 있다. 그리고 이들 수십 개 부서는 또다시 생산1과, 2과, 3과 등으로 쪼개진다.  

생산1과 등 이들 과를 책임지는 사람을 부서장이라고 한다. 운영과는 이 부서장 옆에서 노무 관리 등 부서 운영과 관련해서, 소위 말하는 못된 짓을 하는 과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운영과 과장은 부서장 지시를 받는 것인가. 

이재림 : 조직구조상 그렇지만 실제로는 더 위로부터 지시를 받는다. 현대중공업에는 운영지원부가 있다. 이 부서에서 각 부서 운영과를 컨트롤한다. 각 부서 운영과로부터 모든 정보를 보고 받고 그에 따라 대응과 전략을 짠 뒤, 이를 다시 각 부서 운영과로 지시한다. 일종의 컨트롤타워라고 보면 된다. 운영과는 운영지원부의 지시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각 부서 운영과에서 진행한 노무 관리는 상부, 즉 운영지원부의 지시를 받고 했다는 이야기인가.  

이재림 : 그렇다. 내가 그간 써온 수첩에는 그간 운영팀 과장을 하면서 운영지원부 간부와의 회의 등에서 지시받은 사항들이 모두 적혀 있다.(이재림 씨는 2004년부터 2011년 5월, 퇴직 직전까지 회의에서 지시받은 내용을 세 권 분량 수첩에 정리했다.) 평상시에는 매주, 그리고 노조 대의원 대회, 찬반 투표 등이 진행되는 시기면 매일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노조 관련 '어떻게 대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프레시안 : 주로 지시는 어떤 내용인가.  

이재림 : 현대중공업 원청 노조가 강성으로 가는 것을 막으라는 게 주요 지시사항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문책을 받았다. 그래서 지시사항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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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림 씨가 노무관리하면서 정리한 수첩. ⓒ프레시안(허환주)


"대의원 선거에 개입, 회사 쪽 인사 당선시켰다" 

프레시안 : 하나하나 풀어가 보자. 구체적으로 해온 노무 관리로는 어떤 일이 있었나. 

이재림 : 가장 중요한 일은 대의원 선거였다. 회사 쪽(어용) 인사, 즉 여당 인사가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도록 온갖 방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우리 부서에서 대의원을 두 명 뽑는데 세 사람이 출마했다고 하자. 이 중 한 사람이 회사에 비판적인 강성 조합원, 즉 야당 인사라고 하면 이 사람을 목숨 걸고 떨어뜨려야 한다. 모든 관리자가 이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프레시안 : 대의원 선거에 그렇게 매달린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림 : 대의원이 노조 관련 굵직한 사안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의원이 여당 인사이냐, 아니냐는 무척 중요하다. 만약 야당 인사가 당선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운영과장이 진다. 그러니 죽을 힘을 다해 야당 인사가 당선되는 것을 막았다.  

프레시안 : '야당 인사를 떨어뜨리라'고 지시내리는 것도 그렇지만, 지시내린다고 그게 실현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대의원 선거는 회사 선거도 아니고 노동조합 선거 아닌가. 게다가 당사자가 억지로 출마한 것도 아니고 대의원하고 싶다고 출마한 사람이다.

이재림 : 간단하다. 대의원 출마하려면 조합원 일정 수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대의원 후보 등록을 하지 못한다. 만약 야당 인사가 대의원 출마를 준비한다고 하면, 그때부터 우리는 비상사태에 들어간다.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이번에 출마한 야당 인사에게 서명하는 사람은 알아서 하라'. 그러면 대부분 직원들은 서명을 하지 못한다. 회사에 찍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노조 선거인데 누가 누구에게 서명했는지 회사 관리자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이재림 : 할 수 있다. 어차피 선거관리위원들도 다 회사 쪽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서명 서류를 넘겨준다. 위원장 선거 등을 다루는 중앙선거관리위원과 달리 지역 선관위원, 즉 대의원 선관위원은 운영과에서 선정한다. 노조나 관리자나 다 한통속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관리자가 여당 성향이고 노조 집행부가 야당 성향이면 못하는 일이지만, 같은 성향이면 뭐가 어렵겠나. 어차피 목적이 똑같다.  

프레시안 : 노조 내부에는 여당 성향도 많지만 회사에 비판적인 강성, 즉 야당 성향도 많다. 그들까지 회사가 다 컨트롤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서명받고 대의원 후보로 출마하면 막을 길이 없는 게 아닌가.  

이재림 : 그래서 회사는 대의원 등록만이 아니라 선거에도 개입한다. 만약 야당 성향 인사가 대의원으로 출마할 경우, 선거 당일 작전을 짠다. 이건 내가 실제 사용한 방법이다. 부서 내 세 개 팀이 있으면 팀별로 줄을 세운다. 그리고 투표용지를 나눠주는 사람을 교육시킨다. A팀은 왼손으로 침을 발라서 왼쪽 귀퉁이를 문지른 다음 나눠주고, B팀은 오른손으로 침을 발라 오른쪽 귀퉁이를 문지른 다음 나눠주도록 한다. 그리고 C팀은 손에 흙을 묻혀 주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침 묻힌 곳에는 반드시 투표용지가 구겨진다. 이 방법을 써서 2년 연속 여당 인사를 대의원으로 당선시켰다. 

프레시안 : 종이가 구겨진 것만으로 누가 누구를 뽑았는지 식별할 수 있는가. 그리고 투표한 용지를 어떻게 회사 관리자가 볼 수 있나.  

이재림 : 말했다시피 어차피 다 똑같은 놈들이다. 일례로 대의원 투표 기표소에는 회사 관리자들이 서 있다. 투표용지를 확인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뽑았는지는 식별하는 것도 간단하다. 각 팀당 20명 정도 노동자가 있다. 이들 중 요주인물로 찍힌 인물은 1~2명 정도다. 죽어라 관리하는데 견딜 재간이 없다. 만약 오른쪽 귀퉁이가 구겨진 투표용지에서 이탈표가 나올 경우, 관리자들 머리에는 이미 누군가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머리에 떠오른 인사를 집중적으로 괴롭힌다. 다시는 이탈하지 못하도록 못 살게 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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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림 씨가 노무관리하면서 정리한 수첩. ⓒ프레시안(허환주)


"대의원들, 술 사먹이고 선물도 줬다" 

프레시안 : 노조 선거장에 관리자가 들어와 있는 것도 놀라운데 한술 더 떠 투표소 앞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이재림 : 힘의 싸움이다. 관리자들이 들어와도 야당 성향 노조원들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여당 노조원이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 숫자가 부족해도 여당 노조원이 많기에 힘으로 안 됐다. 여당 노조원+관리자 vs. 야당 노조원들의 싸움이니 머릿수에서 안 됐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야당으로 의심받는 일부 노조원들은 투표한 뒤, 투표소 앞에 서 있는 관리자에게 자기가 투표한 내용을 일부러 보여주기도 했다. 이탈표가 나올 경우, 자기에게 가해질 불이익을 우려한 행동이다.    

프레시안 : 대의원 선거에만 회사가 개입했나.  

이재림 : 아니다. 각종 주요 투표에도 개입했다. 회사 쪽 의도대로 투표하도록 직원들을 조직했다. 만약 임금동결안 관련 찬반 투표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는 미리 만들어 놓은 OL(오피니언 리더)을 동원해 여론전을 벌였다.  

프레시안 : OL은 무엇인가.  

이재림 : 한마디로 회사 입장을 현장에 적극 알려내는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말한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운영과장 지시를 받는다. 현장에서 회사 입장을 옹호하는 반면, 야당 성향 노조원 주장은 반박하는 역할을 한다. 여론전을 벌이는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여론전은 여론전대로 벌이고 각종 굵직한 안건 관련, 투표를 할 때도 회사는 적극 개입했다.  

프레시안 : 어떻게 개입했나.  

이재림 : 일례로 투표 시기에는 회사에서 돈이 지급된다. 직원들이 회사 쪽에 유리한 안에 투표하도록 조직하라는 의미다. 그래서 대의원들 술도 사 먹이고 선물도 줬다.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접대한 영수증은 5만 원 이하로 끊으라고 지시했다는 점이다. 5만 원 이상 영수증은 안 된다며 각각 영수증을 끊어서 청구하라고 했다. 그래서 20만 원어치 술을 마시면 5만 원 짜리 영수증 4장을 끊어서 갔다. 그것도 1분 단위로 일괄 끊으면 의심 받는다며 5분 단위로 영수증을 끊어오라고 했다. 그런 세세한 것까지 운영지원과에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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