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를 병들게 할 때

2025.08.21 14:24

김미래 조회 수:2

이천 롯데캐슬 3차 평택 고덕 아이파크 2차 마석역 라온프라이빗더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를 병들게 할 때 봄이 오기 시작하면 거리엔 꽃이 피고, 사람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맘때면 우리는 창문을 열기 전에 먼저 앱을 확인한다. “미세먼지 농도 – 매우 나쁨.”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그것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다.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화학물질,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잔재들로 구성된 유해물질 덩어리다. 문제는, 이 오염물질의 상당수가 우리 땅에서 발생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 규제를 도입한 나라 중 하나다. 노후 경유차를 제한하고, 산업단지에 배출기준을 강화하며, 국민들은 사비를 들여 공기청정기를 집집마다 들여놓는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더 짙어지고 있다. 왜일까? 그 해답은 국경을 넘어 서쪽 하늘에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소비국이다. 값싼 에너지와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만들어냈다. 황사처럼 바람을 타고 오는 초미세먼지는 이제 계절성 자연현상이 아닌, 인위적인 재난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상황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과학적 자료가 있음에도 “우리 탓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한국 정부는 “공동의 책임”이라며 어느 쪽에도 강하게 말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매년 마스크를 사고, 아이들은 체육 시간을 교실에서 보낸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외교 사안'이라는 말 한 마디로 침묵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맑은 하늘을 ‘운이 좋다’고 말하게 되었다.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마시는 것이 ‘사치’가 되었고, 맑은 날 외출하는 것이 ‘특별한 일정’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분노를 더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 하늘이 왜 흐려졌는지를. 그리고 그 흐림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