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 6.15 집회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 열망을 보여 주다

김지태, 이재환
인쇄글자크기
<노동자 연대> 177호 | 입력 2016-06-16

현대중공업 사측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설비지원 부문의 정규직 노동자 1천여 명을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분사를 강행하고, 고정연장수당 폐지 등으로 임금을 대폭 삭감하려 한다. 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해고와 임금 삭감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에 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6월 15일 ‘강제 구조조정 저지! 분사 · 아웃소싱 결사 반대! 16투쟁 승리 전 조합원 중앙집회’를 열었다. 사측의 공격에 분노한 노동자 5천여 명이 모였다. 노동자들이 외치는 우렁찬 구호와 비장한 표정 속에서 한층 더 커진 위기감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6월 15일 ‘강제 구조조정 저지! 분사 · 아웃소싱 결사 반대! 16투쟁 승리 전 조합원 중앙집회’에 현대중공업 노동자 5천여 명이 모였다. ⓒ김지태

사측은 최근 정규직 노동자들의 잔업과 특근을 줄여 임금 삭감 효과를 내고 있는데, 야비하게도 이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집회 당일에 노동자들에게 7시 잔업을 지시했다. 그런 방해 속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집회에 모였다.

특히 분사 대상인 설비지원 부문 노동자 수백 명은 별도의 노란 머리띠를 메고 집단적으로 행진해 집회장에 들어왔다. 설비지원 부문의 한 노동자는 설비지원이 ‘비핵심 업무’라며 분사하려는 사측에게 분노했다.

“기계가 고장 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일을 하지 않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핵심 업무라고요? 우리는 핵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도 설비지원 부문의 일부 업무는 협정근로(파업에서 제외되는 핵심 업무)로 지정해 놓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분사가 돼도 임금과 고용이 보장된다는 회사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분사가 되면 노조가 없기 때문에 회사의 약속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너지면 (다음 분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건설장비, 전기전자 사업부도 위험합니다. 노동조합이 투쟁 일정을 당겼으면 좋겠습니다. 점거 농성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결

사측은 노동자들을 각개격파해 단결하지 못하도록 하려 한다. 그래서 분사도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하다는 설비지원 부문부터 치고 들어온 것이다. 이런 공격에 맞서 다 함께 단결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집회장에서 만난 분사 대상이 아닌 부서의 활동가들도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 3분과의 한 대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 안고 가야 합니다. 지금 무너지면 나도 당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집회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나왔어요. 지금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입니다.”

조선 6분과의 한 조합원은 “지금 다 같이 싸우자는 분위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설비지원 다음은 우리입니다. 설비지원이 밀리면 복지 축소 같은 공격이 들어올 겁니다. 그러면 안 그래도 떨어진 임금이 더 떨어질 겁니다. 저는 하청 노동자였다가 복지나 고용 안정을 보고 정규직이 됐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습니다. 점거 농성이나 파업을 하면 참가할 것입니다.”

사측은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이제는 물량팀(단기 계약직)만이 아니라 아예 하청 업체 전체를 쫓아내는 경우도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말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실제 사측 발표를 보면 지난 5월 현재 사내하청 노동자 수가 약 2만 9천 명으로 1월에 비해 5천여 명이나 줄었다. 올해 들어 매달 1천여 명이 나간 것이다.

이런 공격은 일부 정규직 활동가들에게도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 3분과의 한 소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사내하청의 임금이 삭감되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정규직들의 임금과 고용도 불안해졌습니다. 하청도 함께 끌어안아야 합니다.”

left21_177_04.jpg

△현대중공업노조 임원들의 삭발식. ⓒ김지태

현대중공업노조 임원들은 삭발식으로 투쟁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백형록 위원장은 연설에서 노동자들의 처지와 투쟁 열망을 대변했다.

“회사가 임금을 삭감하고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조합원들은 언제 잘릴지 모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조합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성과연봉제 폐지, 비정규직 임금 삭감 원상 회복 투쟁도 함께 합시다. 우리 사업장 전체 노동자가 하나 됩시다. 이번에는 생산 현장이 멈추는 파업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 주겠습니다.”

노동자들이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집회는 노동자들의 위기감과 함께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열망을 보여 줬다. 그래서인지 집회를 마치고 공장 밖으로 나온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연대>의 유인물을 나눠 주자 순식간에 수백 장이 동났다.

사측의 심각한 공격을 막아 내고 노동조건 개선하려면 이런 열망을 실질적인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김지태

ⓒ김지태

● 관련 기사를 읽어 보세요.

하청에 이어 정규직 고용까지 위협하는 자구안 : 분사화는 또 다른 비정규직화! 구조조정 중단하라

-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 노동자 책임 전가를 다시 선언한 박근혜

- 서평 《현대조선 잔혹사》 :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끔찍한 노동 현실을 고발하다


- 독자·지지자 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을 정기구독/후원 하세요! 

정기구독하기 | 후원하기 (1천 원부터 가능)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1 [노동자 연대]조선업 구조조정: 기업주가 아니라 노동자를 지원하라 노동자연대 2016.05.19 1429
330 조선산업 구조조정, 오로지 해방의 깃발만 들고 전장에 나가자! 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16.05.16 1392
329 현대차 자본의 탄압을 뚫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새로운 10년을 열어가자 노동총동맹 2016.05.14 1445
328 5.18 광주민중항쟁 36주년 전국노동자대회 및 민중대행진 file 노정투 2016.05.14 1217
327 소득신고관련 여쭙고싶습니다 [2] 국세 2016.05.14 1323
326 한국의 시민사회는 옥시 제품의 불매를 결의한다. 노정투 2016.05.12 1338
325 [노동자 연대]현대중공업노조 임단투 출정식 : 단협 개악(임금 삭감) 저지 투쟁을 결의하다 [1] 노동자연대 2016.05.09 1685
324 [노동자 연대]현대중공업노조 구조조정 반대 상경 투쟁 소식 노동자연대 2016.05.02 1635
323 [노동자 연대]조선업 노동자들의 목소리 “미래를 보면서 우선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방어해야 합니다” 노동자연대 2016.05.02 1815
322 [노동자 연대]해고 위협하며 임금 삭감하려는 정부의 구조조정안 노동자연대 2016.05.02 1583
321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7] 근로장려금 2016.05.02 2231
320 폭력과 테러, 시작과 끝도 불평등했다 워커스 2016.04.23 1497
319 [노동자 연대]잇따른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이윤 몰이에 노동자들을 희생시키지 말라 노동자연대 2016.04.22 1577
318 인감을무조건줄이고 모다이 2016.04.22 1556
317 새책! 『대테러전쟁 주식회사』(솔로몬 휴즈 지음, 김정연·이도훈 옮김) ― 공포정치를 통한 기업의 돈벌이 갈무리 2016.04.20 1433
316 팀 퇴출과 기성 삭감에 대해... [3] 박씨 2016.04.20 1875
315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에 대한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성명서 울산 산추련 2016.04.19 1642
314 현대중공업 사망재해 19일 또 발생 투쟁 2016.04.19 1494
313 현대중공업 사망재해 발생 투쟁 2016.04.19 1445
312 현중 건설장비 중대재해 발생 조합원 2016.04.18 1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