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노동자들의 목소리

“미래를 보면서 우선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방어해야 합니다”

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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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173호 | 발행 2016-04-30 | 입력 2016-04-30

정부와 보수 언론이 연일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에 적극 가세하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와 조선소 노조들이 구성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4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책임 전가 구조조정 반대한다”며 “비정규직 포함해 총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조선업종노조연대는 5월 4일 긴급 대표자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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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정부의 조선업종 구조조정 계획 규탄 조선업종노조연대 기자회견 ⓒ사진 이미진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는 구조조정 저지,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노조는 4월 29~30일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는 데 이어, 5월 4일 임단투 출정식을 한다.

이런 가운데, 4월 28~29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 노조 조합원 10명에게 각각 현장의 분위기를 들었다.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분개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올해만 5명이 산재로 죽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왜 우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경영을 잘못한 건 사장이잖아요.”

“사측이 잔업·특근 통제해서 임금을 깎겠다는데 불만이 큽니다. 가뜩이나 기본급이 적어서 잔업·특근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져요.”

“정부가 대우조선에 임금체계 개편, 구조조정을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지난해보다 더 강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협력업체는 말도 못 하고, 정규직 중 간접지원 부서는 아웃소싱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도 하고 있어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의 한 젊은 대의원은 더민주당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조합원들이 모여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막 욕을 했습니다. 새누리는 당연히 그럴 거로 생각했지만, 더불어나 국민[의당]도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물론 보수야당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덜 나쁜 놈들이라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4·13 총선에서 김종훈 후보를 뜨겁게 지지했던 것은 바로 이런 위기감에서였을 것이다. 한 고참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 후보 안효대가 구조조정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정문에 서 있었어요. 조합원들은 직감적으로 알았죠. 판세가 바뀌고 있구나. 민주노조가 들어서고, 젊은 친구들이 민주노조를 갈망했고. 이런 흐름이 진보 후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젊은 노동자들도 총선 결과에 감격했다고 말했다.

“고용 안정과 생활임금을 바랐어요. 집행부가 노동자 후보를 밀어주자고 나서니까, 같이 힘을 합쳐서 바람을 만들고 희망을 만들었죠.”

지금 현장에서는 특히 비정규직과 사무직 등이 고용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한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하청 노동자들의 인사가 ‘니네 회사는 언제 폐업한다디? 체불 임금은 언제 준다디?’ 이겁니다. 업체 폐업이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고, 임금은 70퍼센트 주는 업체도 있고요.”

현대중공업에서는 일부 하청업체 사장들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회사의 경영 사정에 따라 구조조정을 수용하겠다’는 확약서도 받고 있다. ‘3천 명 구조조정’설의 대상자로 알려진 사무직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가 싸워서 남아 있는 여사원들에게 문의가 계속 옵니다. ‘언니는 어떻게 했냐. 어떻게 싸워야 하느냐’를 묻는 여사원들이 많은 거죠. 한 동지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업무가 어려울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위기감은 사업장별로, 일하는 부서별로, 고용형태별로 불균등했다. 이는 수주가 줄고 적자도 심각하지만, 동시에 남아 있는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빚은 결과일 것이다.

예컨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조직부장은 “전반적으로 수주가 너무 안 되다 보니 불안감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당장 조합원들이 크게 동요하는 상황은 아닌데, 오히려 공기 지연으로 사내협력사, 물량팀도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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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사진 출처 현대중공업노동조합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부의 한 소위원은 사측의 잔업·특근 통제 방침에 황당해했다.

“프로젝트는 많이 줄었지만, 마쳐야 할 공사는 많거든요. 저희 부서는 8월까지 공사를 끝내 콩고로 배를 보내야 하는데, 지금 50퍼센트밖에 진척이 안 됐어요. 그런데 특근을 통제하면 뭐하자는 건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겁니까.”

실제로 일부 사업부에서는 관리자들이 공기를 맞추려고 사측의 발표를 거슬러 5월 특근자들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한편에선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생기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노동자들이 고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앞으로 위기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속에서 정부와 사측의 구조조정 공격도 거세질 수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의 칼날이 먼저 가해지는 곳의 노동자들을 잘 방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당장 구조조정의 대상이 조합원들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약간 안심하는 분위기도 있어요. 대의원들이 수시로 설명회를 하고 있어요. 우리가 먼 미래를 위해서라도, 고용불안을 느끼는 사무직 여사원들을 방어해야 한다고. 그래야 다음에 우리가 싸울 때 명분도 설 수 있다고.”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제에선 금속노조 지역본부와 노동·사회단체 등이 함께 ‘하청 노동자 살리기 대책위’ 구성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가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만큼, 이를 위해 진지하게 투쟁을 건설해 나갈 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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