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관리비 6천만원 인출한 관리소장, 3년만에 덜미

2015.09.18 07:48

아파트주민 조회 수:2670

서부@ 관리비 6천만원 인출한 관리소장, 3년만에 덜미

15일 울산의 한 아파트 주민 생방송 회의서 드러나... 부실한 관리·감독 체계 도마

15.09.16 16:12l최종 업데이트 15.09.16 16:12l

박석철(sisa)<?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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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대형 아파트단지 중 하나인 '현대패밀리 서부1차아파트'(동구 서부동 소재, 아래 서부1차아파트)의 관리소장이 주민이 낸 관리비 6300만 원을 인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리소장은 관리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주민들에게 생방송되는 회의 중에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관리소장 구아무개씨는 지난 2012년 9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명의의 통장을 가져간 뒤 돈을 인출했다. 이 사실은 3년이 지나도록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배경으로는 감시·감독 역할을 해야 할 주민대표를 뽑는 과정 등이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비 통장 들고 간 관리소장, 6300만원 인출서부1차아파트는 지난 1992년 준공돼 현재 3027세대, 1만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는 현대중공업 맞은편에 있어 이 회사 직원 30%가량이 거주하는 곳이다. 지난 15일 오후 7시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서부1차아파트 입주민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관리소장 구아무개씨가 2012년 9월 6300만 원이 들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 명의의 통장을 가져간 뒤 돈이 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입주민대표자회의는 각 세대 주민들에게 유선방송으로 공개돼 생중계되고 있었다. 회의에서 해당 문제가 지적되자,

 

 관리소장 구아무개씨는 "다른 사람에게 통장과 전표를 줬다"라고 주장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입주민 대표들은 관리소 경리업무 담당자를 출석시켜 이 사실을 확인했다.경리담당자는 "2012년 관리소장이 통장을 달라고 해 준 뒤 아직까지 통장 반납이 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확인한 결과 출금된 6300만 원이 입금되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입주민대표자회의는 관리소장을 그 시간부로 관리소장에서 해임하고 아파트 출입을 금지시켰다.관리소장이 인출한 6300만 원은 입주민들이 내는 유선방송료 중 매달 남았던 돈으로, 유선방송비 통장에서 관리비 통장으로 이전된 금액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주민들의 관리비 유출은,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새로 당선한 손삼호 입주민대표자회의 회장의 추적으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손삼호 회장이 관리소장의 인출 사실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지난 4월 입주자대표 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규정 있는데도 '없다', 돈 쓰는 일은 '반대'... 뭔가 이상했다당시 후보였던 손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당시 선관위는 "선거 규정이 없다"며 명찰 착용과 벽보 부착 등의 손삼호 후보 선거운동을 제한했다.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선거 때 '관리비 절감'과 '소통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 손삼호 후보는 60%대의 지지를 얻어 새 회장으로 당선했다.손 회장은 당선 후, 미비한 선거운동 관련 규정을 제정하려고 했다. 그러자 관리소장은 그제야 지난 2011년 마련된 아파트 선거관리위 규정을 내놨다. 이 규정에는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범위와 가능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적시돼 있었다. "(선거운동 관련) 규정이 없다"라던 선관위의 말은 거짓말인 셈이 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부터 투·개표 관리까지 규정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게 드러났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손삼호씨는 당선 직후 주민의 알 권리와 소통을 위해 홈페이지 구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관리소장을 포함한 일부 동 대표들이 홈페이지 구축을 막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홈페이지를 개통했지만, 관리소장 등은 최근까지도 홈페이지를 없앨 것을 주장했다.게다가 입주민대표자회의 때 주민들에게 직접 회의하는 모습을 영상과 음성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장난 방송음향 장치를 고치려고 하자, 관리소장과 일부 동 대표가 막고 나섰다. 이 장치는 관리비가 인출된 사실을 알린 회의 당일인 지난 15일에야 고쳐졌다. 일련의 과정을 이상하게 생각한 손 회장은 이 조직이 뭔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고 한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손 회장은 아파트 관리소에 있는 각종 서류와 관련자 증언 등을 취합하면서 조사를 시작했다. 6300만 원 인출 사건은 이 과정에서 밝혀졌다. 손 회장은 "늦게나마 이런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져 관리비 낭비 요소를 없앨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아무개 관리소장은 1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파트에서 동 대표와 회장이 실력자들"이라면서 "15년간 관리소장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장 출금 부분은 억울한 점이 많지만 말을 하기가 그렇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어 일부 동 대표들과 홈페이지와 음향장치를 반대한 이유에 대해 "하도 동 대표들끼리 싸우고 헐뜯는 일들이 잦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주민대표자회의는 관리소장 관리비 인출 건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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