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지들이 보내주셨던 영치금, 이제는 투쟁하는 동지들께 ‘환원’합니다

http://blog.jinbo.net/sanonet/210

 

- 김정도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


 얼마 전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연대활동가 김정도 동지가 구치소에서 쓰지 않고 모은 영치금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투쟁기금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재 조합원 확대사업과 더불어 업체 폐업으로 해고된 미포조선 하청업체 KTK선박 노동자들의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투쟁하는 사업장에 영치금을 ‘환원’하려는 소중한 마음과 함께 KTK선박 투쟁 소식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주신 김정도 동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기고 기사의 내용은 사노신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동지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구속 기소되어, 서울구치소에서 7개월간의 수감생활을 잠시 멈추고 지난 4월10일 보석으로 출소한 김정도라고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동지들이 보내주셨던 연대의 마음에 보답하고, 또 다시 힘찬 투쟁을 결의하기 위해 '영치금 전액 환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투쟁하는 동지들을 만나 뵙기 위해 찾아갔던 사무실에 걸려있던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박일수 열사의 영정사진이 기억납니다. '하청 비정규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인간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며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며, 가진 놈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제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라는 박일수 열사의 외침을 다시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일수 형이 걸었던 길로, 일수 형의 곁으로 가는 삶을 사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는 어느 선배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구속이 되고, 독방에서 벽을 치며 눈물을 삭히며 읽었던 김남주 시인의 구절입니다. 당신의 투쟁으로도 경황이 없었을 전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동지들이 편지로 면회로 영치금으로, 막막한 수감생활을 버틸 수 있도록 함께 해주셨습니다. 머리로만 읽었던 시가 가슴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심장이 설레는 그런 경험으로 삶을 살아내기위해 고군분투하고자 합니다. 그 한걸음을 내딛는 출발점으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구치소에서 쓰고 남은 영치금 전액을 환원합니다.

 

제 영치금은 투쟁하는 동지들의 것입니다

 

 벌금을 내지 못해 수배상태에 놓인 동지, 손배가압류로 신용불량과 생계위협에 내몰린 동지, 법원의 가처분과 가압류에 시달리는 동지, 부당해고와 장기투쟁으로 투쟁의 지속조차 쉽지 않은 동지. 그런 동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려 모인 돈이기에, 차가운 독방 안에서도 함부로 쓰지 않고 아껴가며 모았던 영치금입니다. 동지들의 마음이 있었기에 또 다시 구속된다하여도 정권과 자본, 그리고 제 삶에 스스로 굴종하지 않겠다는 심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돈'은 관료주의, 조합주의, 형식적 민주주의에 갇히지 않고 오롯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해와 노동자민주주의의 원칙에 맞게 환원되고, 사용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피맺힌 절규, 현대미포조선 KTK선박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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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에도 출근하여 조합사무실에서 유인물을 만들고, 상담을 하고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을 보았습니다. 퇴직금, 체불임금도 주지 않고 기획ㆍ위장폐업으로 하청노동자를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모는 현대중공업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동지들의 피맺힌 절규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재사망 사고로 하루가 멀다 하고 하청노동자가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정몽준과 현대 자본에 맞서 KTK선박 하청 동지들이 2달 가까이 농성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본에 의한 하청업체의 ‘먹튀 폐업’은 원청이 하청에 내려보내는 기성금을 대폭 삭감하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퇴직금과 체불임금은 물론 고용과 근속이 승계되지 않아, 정확한 수조차 파악하기 힘든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사실상 해고를 당한 것입니다.
 
계속되는 먹튀 폐업을 막아내는 KTK선박 투쟁, 현대미포조선 강환구 사장 퇴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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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포조선 KTK선박 투쟁은 조선하청권리찾기사업단과 현대중공업노조가 원하청 공동투쟁을 선포하고, 집단적인 조직화 운동을 시작하는 시점에 터져 나왔습니다. 또한 올해 현대중공업 자본의 사무직, 관리직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할 때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지난주부터는 현대미포조선 KTK선박 동지들이 원청 강환구 사장 퇴진운동을 선포하였습니다. 현장에서는 강환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선전전, 집중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구사대와 어용노조의 도발, 폭행도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지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전체의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KTK선박에서 투쟁을 시작하자, 폐업을 예고하고 있던 다른 하청업체들이 이를 유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청 현대미포조선이 직접 나서 KTK선박 ‘먹튀 폐업’ 문제를 해결해야, 하청업체 폐업을 통한 구조조정이 재발하지 않을 것입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비정규직인 신세를 끝장내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일어선 동지들의 투쟁에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마음으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작은 힘이지만, 영치금 전액 환원을 결심한 제 마음이 또 하나의 불씨가 되어 언젠가는 현대미포조선ㆍ현대중공업을 태워버릴 수 있는 큰 불길로 타오르길 기원합니다. 동지들의 투쟁에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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