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노조연대 출범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조선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을 지지한다

김지태

<노동자 연대> 149호 | 발행 2015-05-25 | 입력 2015-05-23

조선소 노동조합들이 공동 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지난 2월 주요 조선소 노동조합들이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연)를 결성했다. 이들은 고용 보장과 중대재해 근절을 골자로 하는 공동 요구안을 내놓았고, 공동 임금 투쟁도 결의했다. 그 첫 출발로 5월 30일 수천 명이 경남 거제에 모여 전국조선노동자대회를 연다.

이번 공동 집회의 배경에는 경제 위기 속에서 점점 더 커지는 조선 노동자들의 고통과 위기감이 있다. 이번 집회의 요구는 조선 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첫째, 임금 인상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조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계속 둔화했다. 심지어 2011년과 2012년 사이에는 1인당 평균 연봉이 2백만 원가량 줄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조선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 동결과 낮은 임금 인상을 강요받았다.

둘째, 고용 보장이다. 세계경제 위기의 직격탄은 중소 조선소들이 먼저 맞았다. 단적으로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이 낸 보고서를 보면, 중소 조선소가 7년 사이에 27곳에서 6곳으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중소 조선소에서 일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조선노연 소속의 성동조선과 신아SB 노동자들도 수년 전부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위기가 대형 조선소들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그나마 위기를 완화해 준 해양플랜트(석유·가스 채굴을 위한 해상 설비) 물량이 저유가로 인해 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양플랜트 부문에 고용됐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만 올해 들어 약 3천 명이 해고됐고, 곧 1만 명이 해고될 수도 있다. 다른 조선소에서도 비정규직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도 위협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사무직 관리자 약 1천 명이 해고된 데 이어 여성 사무직 노동자 1백70여 명이 해고됐다. 생산직 정규직 노동자들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래서 조선노연의 올해 공동 요구 중 하나가 ‘사내하청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이다. 정규직 노조들이 모여 있는 조선노연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까지 함께 주장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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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을 뛰어넘는 연대는 작업장 내의 단결로 더 강력해질 수 있다 5월 14일 현대중공업정규직·사내하청 노조 공동투쟁 결의대회. ⓒ김지태

셋째, 중대재해(산업재해 중 사망 등의 재해 정도가 심한 것) 근절이다. 거대한 철골구조물에서 작업하는 조선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경제 위기는 가뜩이나 위험한 작업장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조선소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경제 위기 전보다 싼 값에 수주를 하고 있다. 그래서 조선소들은 더 짧은 기간에 더 적은 비용을 들여 배를 지으려고 한다. 그 결과는 더 적은 안전 투자, 더 위험한 작업, 장시간 노동, 더 많은 비정규직이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하루하루가 세월호’인 공장에서 ‘오늘도 살자’ 하며 일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산재가 늘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만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12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고, 얼마 전에 또다시 한 명이 숨졌다.

넷째, 조선노연은 이번 집회의 주요 요구로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도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통해 노동자 몫을 줄여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조선소 자본가들도 마찬가지다.

조선소 자본가들의 공격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발맞춰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가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를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해 과장급 이상 사무직에 도입했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맞서 조선 노동자들도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이번 집회의 요구들은 모두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반대하는 조선 노동자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조선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조선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은 정당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조선 노동자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18년 만에 파업(부분파업)을 했다. 삼성중공업에서도 노동자들이 부분파업을 했다.

이런 투쟁들을 더욱 키우고 확대하면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도 프랑스와 미국 노동자들은 강력한 파업을 벌여서 상당한 성과를 쟁취했다.

투쟁을 더욱 강화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 중요하다. 조선업에서는 비정규직 규모가 정규직의 세 배 가까이 된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파업한다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 되면 정규직·비정규직 모두의 고용을 지키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최근 현대미포조선에서는 하청업체 KTK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과 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조는 투쟁에 연대하고 있는 일부 정규직 활동가들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를 “배후세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 투쟁을 훼방 놓고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이 전체 노동자들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배신적인 행위다.

반면 다른 그림도 있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에서는 일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해고에 맞서 정규직 활동가들이 함께 싸웠다. 정규직 노조가 동석한 원청 사측과의 면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중역인 전무가 나왔다. 결국 해고를 철회시키고 승리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의 정규직 노조와 사내하청지회가 함께 사내하청노동자 노조 가입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지회와 함께 공장 안팎에서 홍보전을 했고 노조 간부들과 대의원들이 현장에서 노조 가입을 설득하고 다녔다. 5월 14일에는 수천 명이 모여 원하청 공동 집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 결과, 사내하청지회 가입이 늘었고 원하청 연대의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정규직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는 박근혜 정부의 야비한 이간질에 맞선 훌륭한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또 현대중공업 사례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조직화와 연대 투쟁에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다른 조선소 노조들도 이런 사례로부터 배운다면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의 기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선노연의 공동 투쟁이 이런 좋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면, 전체 조선노동자 투쟁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총고용 보장! 중대재해 근절! 중형조선소 회생!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조선업종노조연대 출범 및 전국조선노동자대회

일시 : 5월 30일(토) 오후 2시

장소 : 경남 거제 옥포 조각공원

주최 : 조선업종노조연대,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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