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하고, 동그랗게.." 유골 2구 두개골에 '의문의 구멍'
2019.12.22 04:09
"길쭉하고, 동그랗게.." 유골 2구 두개골에 '의문의 구멍'
전연남 기자 입력 2019.12.21 20:27 수정 2019.12.21 23:24<앵커>
어제(20일) 옛날 광주교도소 자리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40명 넘는 사람들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 전해드렸죠. 5·18 때 이 자리에 계엄군이 주둔하면서 몰래 희생자들을 묻었다는 증언이 당시 부대원, 또 교도소 재소자들한테 나왔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보들을 바탕으로 해서 안 그래도 2년 전에 한 30곳 정도를 파봤었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때와 다른 장소에서 유골들이 나왔고 일부는 머리뼈에 구멍이 난 상태라서 더 궁금증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연남 기자가 더 전해드립니다.
<기자>
과학수사대가 옛 광주교도소 건물에서 유골이 담긴 상자들을 조심스럽게 차에 옮겨 싣습니다.
[최종 41개인가 세어보세요. 천천히 세! 천천히!]
옛 광주교도소의 무연고자 합장묘에서는 80여 구의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처음 알려진 것과 달리, 기록이 있는 41여 구는 콘크리트관에 담겨 있었고 그 위에 신원을 알 수 없는 40여 구의 유골들이 흩뿌려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어젯밤 1차 육안 감식이 이뤄졌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구멍이 난 두개골 2구가 확인됐습니다.
혹시 총상이나 흉기에 의한 흔적인지 감식에 입회한 5월 단체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5월 단체 관계자 : 곤봉으로 맞아 가지고 찢어진 게 아닌가… 10-2가 (구멍이) 조금 길쭉하고 10-9가 (구멍이) 동그랗게 있는 것 같고.]
경찰은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오래된 유골이라 외상이 아닌 자연 부식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또 40구가 암매장되기에는 봉분이 너무 작다는 점, 옆에 있던 다른 봉분에서도 기록이 남은 유골이 흩뿌려진 채 발굴된 점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1.5m 봉분 안에 만약에 시신을 담았으면 40여 기가 못 들어갔을 거란 말씀이시죠?) 40여 기가 아니라 2기도 못 들어가죠.]
5·18 실종자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귀복/5·18 민주화 운동 유가족 : 우리 아들 뼈가 나오면 난 춤을 추죠. 춤을 춰. 진짜로. 내 원한을 푸니까. 내가 나 죽을 때까지 내 자식의 뼈를 찾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데…]
경찰은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80여 구의 유골에 대한 유전자 정보 비교 작업을 국과수에 의뢰했고, 최소 반년 뒤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원형희)
이에 따라 5·18 재단과 5월 단체들은 5·18 당시암매장된 행불자의 흔적이 맞는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옛 광주교도소 부지 내 법 교육 테마공원인 ‘솔로몬로파크’ 조성을 위한 무연고 묘지 개장 작업 중 신원불상의 유골이 발견됐다.
이날 김오수 법무부 장관 대행, 문찬석 광주지검장 등 관계자도 현장을 둘러보고 개장 작업과정에서 발굴된 유골 등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무연고자 공동묘지는 교도소 안에서 사망했으나 가족 등 연고가 없어 매장하는 곳으로 2년 이내 시신을 인도할 사람이 없으면 화장 또는 합장을 한다.
김 대행은 당초 이곳 공동묘지에는 개인 묘 50기와 합장묘 2기(20구, 41구) 등 모두 111구의 유골을 법무부가 관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개장 작업중 개인 묘 50기와 20구가 공동으로 묻혀있는 합장묘는 숫자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41구가 합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합장묘를 개장하던 중 인근 콘트리트로 만들어진 시설에서 기록되지 않은 40여 구의 유골이 발견됐다.
김 대행은 “우리가 관리하지 않은 유골이 발견됐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확인·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떤 연유로 관리되지 않은 유골이 교정부지 내에 묻히게 됐는지 연유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행은 “현재로서는 5·18과 관련이 있는지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능성은 확인해봐야 한다”며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국방부유해 발굴단’이 1차로 총상 여부를 육안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광주로 오고있다. 이후 2차로 5·18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행불자 가족의 DNA와 비교 검사 등을 통해 확한 신원 확인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111구의 유골 이외에 기록되지 않은 40여 구의 유골이 추가로 발굴됐다는 점에서 5·18재단과 5월 단체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 동명동에서 교도소가 이전해 올 때 합장된 무연고자 유골들의 일부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5월 관계자들은 5·18 당시 옛 광주교도소 공동묘지 인근에 암매장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유골이 5·18 행불자 암매장 유골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후식 5·18부상자회장은 “유류품이 전혀 나오지 않아 5·18행방불명자일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유골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암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광주교도소에서 법무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유골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정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법무부는 국방부·국과수 이외에 기존 5·18 암매장 발굴 작업에 참여했던 법의학자들도 같이 참여 시켜 의문이 많은 유골들의 해명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편,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계엄군에 붙잡힌 시민들이 대거 수감된 곳으로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람이 암매장 됐을 거라는 말이 나돌던 곳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기사출처]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576834770685468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