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은 해방구 1
2019.10.03 07:20
| ▒ 녹슬은 해방구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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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소개 1982년 겨울, 나는 교도소 문을 나서면서 30년을 거기서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청춘과 투쟁, 그리고 우리 역사의 빈 자락 한 무더기를 품고 나왔다. 간수 몰래 깨알같은 글씨로 숨죽여 쓴 구겨진 종이뭉치에는 1942년 가을 천둥산에서 결성된 어느 항일빨치산부대에 관한 기록에서부터 남로당 어느 세포조직의 모습, 전쟁을 둘러싼 빨치산들의 활동, 소백산맥 그 수많은 골짜기마다 해방의 길목에서 싸우다 스러져간 전사들의 삶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은 ‘그날의 일’로 인해 2,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에서 갇혀 살아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어두운 감방에서도 두 눈을 부릅뜬 채 오히려 더욱 의연히 그들은 살고 있다. 그들은 과연 무슨 일을 했을까? 왜 30년을 닫혀진 채 어둠 속에서 보내야 했을까? 우리 민족사의 가장 격심한 변혁기에 자신의 온몸을 역사에 내맡긴 이래 단 한 번도 따뜻한 햇살을 쬐지 못하고 있는 그들---죽어간 동지들의 유언을 멍에처럼 걸머지고 녹슬은 해방구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전향서’라는 달콤한 유혹도 뿌리친 채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나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진실된 삶, 또 그 삶을 지키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숱한 나날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조국해방을 위해 몸바쳐 했던 수많은 일들과 죽어간 그들의 동지들에 대해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무딘 재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들아 내게 들려준 그 엄청난 이야기를 반드시 밖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혀 쓰고 또 썼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이야기 감’이 아니었기에. 그것은 오히려 일본과 미국의 양대 제국주의의 침탈로 얼룩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 민중의 처절하면서도 더없이 자랑스러운 투쟁의 역사이기에. 그들이 한 일, 그들의 삶과 죽음을 우리는 흔히 항일유격대니 빨치산이니 하며 쉽사리 이름짓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들의 청춘을, 그들의 운동을, 우리 한반도 역사의 가장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남김없이 설명할 수 있을까? 낭만적이고 허무주의적안 과거의 어설픈 회상으로 그들의 생생한 삶과 불같은 꿈을, 그리고 장렬한 죽음을 참되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확실히 단언한다. 나는 3년의 감옥생활을 그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이 모멸에 찬 이 강산에 얼마나 가슴 아파했고, 조국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또 얼마나 순결한 신념과 투쟁의 외길을 걸어왔는가를 알게 되었다. 또 두 동강 난 강산의 혈맥을 잇는 일은 곧 잃어버린 그들의 자유를 되찾아주고 “몸은 비록 썩었어도” 진실로서 살아 숨쉬는 그들의 동지들을 부활시키는 일과 같은 것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바로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비둘기 날아가는 바깥세상에 대한 그리움도 없고 면회오는 가족조차 없이 잊혀져가는 자유를 꿈꾸는 그들---그들을 참으로 자유롭게 하기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들의 시간이 정지되어 버렸던 그날까지 그들이 살아왔고 싸워왔던 일들을 생생히 전달하는 것이리라. 이 글은 1942년부터 시작되어 1980년 광주항쟁으로 끝맺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40년이라는 세월이 담겨질 것이다. 전체는 9부로 구성된다. 1, 2, 3부는 1942년 국내 항일유격대의 형성 초기에서 출발하여 1945년 8. 15를 맞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4. 5부는 8. 15를 맞으면서 산에서 내려온 이들과 감옥에 있거나 도피하여 다니던 이들이 각 지역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갔는가를, 6. 7. 8부는 1946년 대구폭동의 시절에서부터 제주도 4.3 민중항쟁, 그리고 전쟁을 거치면서 지리산으로 모인 빨치산부대의 최후에 이르고, 9부는 그 이후 60-80년대 초기까지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기나긴 날들과 분단을 극복하려 했던 이들의 몸부림을 끝으로 마감하려 한다. 반역의 시대는 종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은폐되고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은 반드시 햇빛 아래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들려준 붉은 담장 저편에는 뼈아픈 진실들이 살아 숨쉬고 있요며, 그 시대를 살아온 말 못하는 민중의 가슴 속에 거듭 한 도막 횃불로 자라고 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할 뿐이다. 이 글을 그들에게 바친다. 아직도 소백산맥 어느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을 영령들과, 하늘 끝까지 솟구쳐오르다 반도의 어느 땅 어느 구석에서 산화되어 사라진 젊은 넋들에게, 그리고 분단의 아픔 속에서 몸부림치며 해방을 갈망하는 이 땅의 양심을 위해 ...... 1989년 2월 한강변 기왓나루에서 저자 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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