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가 꿈이었던 하청노동자, 박일수
2018.02.12 09:19
<박일수 열사 14주기 추모문화제>
2/12(월) 오후5시 현대중공업 전하문
공연_노래마당|차오름|콜트콜텍밴드
※ 이번 추모집회는 열사께서 분신하신 외업3관 바로 옆인 '열사의 문' 전하문에서 합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기타리스트가 꿈이었던 하청노동자, 박일수
하청노동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듭시다!
현대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박일수 열사가 돌아가신지 벌써 14년이 됐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열사가 우리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열사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열사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젊은 시절 꿈도 있었습니다. 열사의 꿈은 밴드 기타리스트로 앨범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이 하고 싶어 가족들과도 이별하고, 밴드를 결성해 연주를 하며 전국을 떠돌아다녔습니다.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어, 결국 조선소에 취업했지만 꿈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조선소에 취업한 후에도 그의 집에는 그가 연주하던 기타가 남아있었습니다. 동료들을 집으로 불러 자신이 잘 만들던 복어수육을 요리해 같이 술을 마시고 나면, 열사는 손때 묻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주곤 했습니다.
우리의 꿈도 처음부터 하청노동자는 아니었습니다. 서울의 달동네에 살며 엄마를 위해 물통을 나르던 착한 아이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경주에서 기차를 타고 학교에 다니던 까까머리 소년의 꿈은 운동선수였습니다. 거제도의 바다를 보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던 청년도 있습니다. 살다보니 꿈은 흐려지고, 먹고 살기 위해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됐습니다. 깜깜한 새벽에 출근해, 언제 산재로 다치거나 죽을지 모를 위험한 현장에서, 시급 몇백원 올리기 위해 이 악물고 일했습니다. 그러나 인간답게 살고 싶은 꿈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퇴근 후엔 연주하고 싶은 악기도 배우고, 주말에는 풍경 좋은 교외에 나가 그림도 그리고, 분위기 좋은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소설도 쓰고 싶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꿈을 찾고 싶습니다. 하청노동자가 꿈을 되찾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하청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박일수 열사가 동료들을 모아 억울한 일에 항의하고 하청노조를 만든 것, 그리고 끝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선택조차도 그가 꿈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간절히 꿈을 이루고 싶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청지회는 지난 2일 8기 첫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박일수·이운남 열사정신계승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우리는 열사의 죽음을 통해 열사를 기억하지만, 죽음 이전에 한 인간의 삶과 꿈이 있었습니다.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하청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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