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2017.09.07 22:24

깃발 조회 수: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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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 '장산곶매' 등으로 잘 알려진 행동주의 화가 최병수 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 '국졸' 출신의 노동자 목수에서 80년대 미술운동가로, 국제적인 환경미술가로 변신했던 지난 20년간의 활동을 성찰적인 태도로 뒤돌아본다. 최병수가 자신의 삶을 말로 풀어내고, 목수 김진송이 글을 지었다.

민주화의 현장이나 노동, 반전, 반핵, 환경, 여성, 장애 등 우리 사회의 긴급 현안과 관련된 곳에서는 어김없이 최병수와 그의 그림이 있었다. 90년대 초부터 지구환경 문제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그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뉴욕의 유엔본부, 터키의 이스탄불, 일본의 히로시마와 교토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00년에는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새만금 해창갯벌에 70여개의 솟대와 장승을 세웠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눈을 뜨고, 그러다가 경찰에 의해 졸지에 '화가'가 된 일, 사회운동.미술운동.지구환경운동을 하면서 겪고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현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최병수의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진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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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게 너무 많았고 배우는 것도 많았지. 내가 언제 이런 작업 할 줄 알았겠어? 내 나름대로 점점 시야가 트이는 희열이 있었어. 그런 것 하나 없이 '나는 투사다' 이런 생각으로만 사는 건 아니란 말이지. 그렇게 살면 죽어, 살 수가 없어. 농사꾼이라고 만날 허리 휘게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벼이삭 패고 나서 바람이 휘익 부는 걸 즐길 줄도 안다는 거지. 어느 순간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나의 시야가 더 넓어지는 희열이 있지.

그런 건 누구한테나 있다고 생각해. 노동일을 하든 보일러일을 하든 전기일을 하든 누구나 자기의 삶이 있잖아?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때로 사람들이 힘들고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보고 저런 거나 하다가 죽을 인간이지 하고 말해. 잔인하지. 적어도 나는 그들처럼 바라보지는 않는다고. 그런 사람이 있어서 내가 지금 옷도 입고 밥도 먹고 따뜻한 집에서 살잖아? 그러는 거 아냐?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잖아? 나는 그걸로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은 거였지. - 본문 282쪽에서
난 이해가 안 됐어. 내가 보기에 거기 걸린 그림들은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만 그려놓았지. 내가 아는 노동자들은 착하고 정직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또 반면에 뺀질이들이 많지. 백구두 신고 다니는 놈들도 많았지. 그런데 그림들은 전부 다 고통 받는 모습만 나오니까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몇 년 뒤에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한테 물어봤어. "당신들 노동일을 한 경험은 있냐?" 그랬더니, 있다는 거야. 자신 있게 얘기하더라고. 그래서 얼마나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보통은 일주일 정도 해봤고 보름 동안 일해 본 사람은 좀 드물게 있고 한 달은 몇 명 있다고 그러더군.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 나는 그들이 노동자를 고통스럽게 그리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지. 몇 년씩 일한 사람도 한 달 쉬다가 일하면 참 힘들거든. 그런데 일주일이나 보름 일하면 얼마나 힘들었겠어. 아르바이트로 공사판에 나가 질통을 지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지. 결국 자기들 모습을 그려놓고선 그걸 노동자라고 그린 거였지. 그러니 내가 이해가 안 됐던 거라고.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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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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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김진송  

                            

p_dot.gif 최근작 :<생각하는 손>,<이야기를 만드는 기계>,<상상목공소> … 총 17종 (모두보기)
p_dot.gif 소개 :1959년 서울생으로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하였다. 미술평론과 전시기획, 출판기획등의 일을 해왔으며 지금까지 일곱 차례의 《목수 김씨》전을 열었다.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그의 저서들은 허명뿐인 지식의 체계를 뒤집는 통쾌함을 보여 준다. 주요 책으로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1999), 『인간과 사물의 기원』(2006),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2007), 『상상목공소』(2011) 등이 있다. 2013년 움직인형과 영상들을 결합한 《상상의 웜홀》전을 열었다.
p_dot.gif 최근작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p_dot.gif 소개 :
1960년에 태어났다. 1986년 '정릉벽화사건'으로 화가의 길에 들어섰으며 '한열이를 살려내라!', '노동해방도', '장산곶매' 등의 그림을 그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반전반핵운동, 논동운동의 현장에서 그림을 그렸고, 새만금 갯벌살리기와 사패산터널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미술을 통한 환경과 생명운동을 벌였다.

브라질,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환경관련 국제회의에 참여하여 '펭귄이 녹고 있다', '떠도는 대륙' 등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3년에는 이라크 반전 평화팀으로 참가하여, '야만의 둥지'를 설치하고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반전활동을 벌였다. 제5회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문화예술부문 대상, 2004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민족예술상 개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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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송의 한 마디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늘 너무 많은 불만에 쌓이게 된다. 그가 분노를 표현하거나 이끌어내기 때문은 아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그를 곁에 둔 나와 내가 속해 있는 사회의 무책임과 불합리가 너무 두드러져 보여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거칠 것 없는 그의 말과 행동에 나의 소시민적인 일상이 부끄럽게 드러났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이 사회에서 그가 머물러 있는 자리는 불안하다. 그는 20년을 줄곧 미술을 해왔지만 미술계에서 그의 자리는 없다. 그는 줄기차게 운동을 해왔지만 그 후광을 어깨에 두르지 않았다. 그건 그에게 향하는 아니 그를 보는 사회를 향하는 나의 불만이기도 했다.

나는 80년대 미술운동이 있었다면 반드시 최병수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0년대 미술운동의 정신이 있었다면 그것을 지금까지 펄펄 살아 있는 시대정신으로 지니고 있는 화가가 최병수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 중에서 인류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행동주의 미술가이자 실천적인 화가의 한 사람이 최병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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