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식 유가족 이야기

2016.06.29 07:42

울산 산추련 조회 수:2123

“아이들을 위해 진상규명 나섰습니다. 억울함 꼭 밝혀주십시오”

일하다 사망한 하청노동자, 자살로 몰려
2년간 유가족 진상규명 싸움, 이제 법원에서 2라운드 시작한다.

현미향(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아이는 괜찮아요?”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고 유가족을 만났다. 아이 아빠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하고 영안실에서 만났던 고1 남자아이는 이제 벌써 고3을 맞고 있었다.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했고 그런 아빠의 시신을 입관할 때 가족을 대표해서 보았던 아이는 그 후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집 밖 출입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했던 터이다.

“ 네. 학교도 잘 다니고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요”
이제 40대 후반에 들어선 아이엄마가 웃으며 대답한다. 전날까지도 서로 안부를 묻던 아이아빠가 작업 중 에어호스선에 목이 감겨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성남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달려왔는데 ‘가정불화로 자살했다’는 울산 동부경찰서의 신속한 내사종결로 슬픔을 뒤로하고 울산과 성남을 오가며 현대중공업, 동부경찰서,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여전히 진상규명을 위해 뛰어 다닌지 2년이란 세월을 맞고 있다. 몸보다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민주노총에서 지원한 심리치유를 1년 넘게 받고 있다.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요”
너무 억울하고, 아이아빠가 너무 보고 싶고, 아이아빠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가족을 위해 조명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그렇게 위험한 샌딩작업을 하는 줄 몰랐어요. 조선소를 돌며 물량팀으로 일한다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쇳가루를 마시며, 맞으면 즉사할 수도 있는 그런 위험한 일을 했는지 몰랐기 때문에 남편의 죽음이 자살로 몰린 것이 더욱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한다.

일하다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했으나 억울하게 자살로 몰리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고) 정범식씨. 친조카와 외조카와 함께 같은 물량팀에 배치되어 일하던 중 2014년 4월 26일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2014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 연달아 산재로 사망하던 시기 발생한 4번째 사망 사고였다. 하지만 다른 죽음들과 달리 고인의 죽음은 목격자가 없었다. 시신을 수습하여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데 벌써 현장에는 자살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유서도 없고, 고인이 사고 전 쉬는 시간에 기계오작동이 걸림을 호소하고 다시 해보고 안되면 기계를 통째로 바꾸겠다는 얘기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후 시신이 발견되었는데도. 경찰이 현장조사를 해보니 작업현장에서 고인의 송기마스크가 손상되어 있고 밀폐공간이라 급히 송기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나간 정황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죽음은 부검도 하기 전에 현대중공업과 울산동부경찰서에 의해 자살로 몰리기 시작했다.

장례 후 울산동부경찰서 자살로 내사종결 통보해 와.
울산동부경찰서는 사고 직후 사고가능성에 대한 조사보다는 가족 카톡과 개인 채무 등을 뒤지며 고인의 사망을 자살로 몰기 시작했고 유족들과 노동자들이 항의방문을 하는 사태까지 겪었지만 장례 후 유족들에게 고인의 죽음을 자살로 내사 종결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자살의 이유로 부검소견, 이전 병원 치료경력, 처와 다툰 카톡 내용, 인위적인 매듭으로 인해 자살로 종결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동부경찰서의 조사결과는 가족들을 분노케 했고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유족들이 성남에서 찾아왔고 결국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울산 산추련과 함께 울산과 성남을 오가며 매주 2일씩 1인 시위를 6개월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족의 힘든 싸움은 많은 노동자들과 언론의 지지를 받았고 울산mbc 돌직구에서는 고인의 죽음의 의혹을 전문가들의 자문을 들어 부검소견의 문제와 동부서의 부실한 수사문제를 집중조명하기도 하였다.

국정감사서 울산동부경찰서 부실조사 집중 추궁당하고 재조사를 결정하게 되다.
동부경찰서 조사결과는 그해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추궁을 당하게 되었다. ① 부검도 하기 전에 언론에 자살이라고 흘리는 등 첫 단추부터 자살로 단정한 점 ② 부검 보고서를 근거로 한 샌딩기 리모콘 오작동에 따른 사고 가능성 제기 ③ 샌딩작업 현장의 노동환경을 간과하고 사고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 ④ 경찰은 망인의 병원치료경력 중 일부만 채택하고 작업과 관련한 내용은 배제한 점 ⑤ 부부간 카카오톡 문자 역시 부부간 불화의 내용만 채택하고 화목한 대화내용은 배제한 점 ⑥ 사망당일 여러 정황을 고려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인정한 울산경찰청이 재수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울산경찰청 유족에게 수사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졸속으로 조사를 마치다.
그 후 울산경찰청에 의해 재수사가 진행되었으나 울상경찰청은 자기조직 껴안기 태도로 일관하며 유족의 제기한 의혹들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수사결과 공개조차도 거부하며 현재까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다시 경찰조직에 의해 많은 상처를 받았으나 유족들은 굴하지 않고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유족급여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경찰에서 자살로 내사 종결했기 때문에 이를 부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산재 불승인을 받게 되었다.

유족을 지지하는 공동변호인단 구성, 다시 행정법원에서 진실을 밝힌다.
울산동부경찰서의 조사결과로 산재가 쉽게 인정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유족급여 부지급 통보를 받아든 유가족들의 실망은 컸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억울함과 산재사망의 진실을 밝혀야 된다는 취지에 공감하여 울산 노동법률원 ‘대안’과 서울에 소재한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가 무료 공동변호를 하겠다는 뜻을 모아 유가족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 4월 14일 서울행정법원에서 고)정범식 노동자 산재불승인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 사건 재판부는 “이 사안이 참 어려운 사안이고 언론에서도 많이 알려진 사건이다. 사인을 철저히 검토할 수 있도록 사건 당일의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주문하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동안 유가족들이 발로 뛰며 찾은 사실들이 제대로 반영되고 울산동부경찰서의 부실수사가 제대로 규명되어 고인의 죽음이 명예를 되찾길 바란다.

“아이들을 위해 진상규명 나섰습니다. 억울함 꼭 밝혀주십시오”
2014년 겨울 울산의 날씨는 유달리 추웠다. 전날 밤차를 타고 달려온 유가족이 “아이들을 위해 진상규명 나섰습니다. 억울함 꼭 밝혀주십시오”란 피켓을 들고 공장문 앞을 돌며 1인 시위를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고 손을 잡아 주었다. 어쩌면 그 힘으로 불시에 아빠를 잃은 아이들과 부인이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번 법정에서 꼭 망인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그래서 가족들도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고, 아빠의 죽음을 다룬 방송을 보다 억울함에 아이들이 울고, 뛰쳐나가고, 친구 아빠를 만나면 아빠얼굴이 떠올라 친구 집도 가지 않고 두문불출하고, 서로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감춘다고 혼자 있을 때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삶을 뒤로하고 가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아빠와 이별의 시간을 갖고 치유 받고 남은 가족들끼리 미래를 설계하고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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