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스파이 심어 노조 감시했다"

2016.03.18 12:12

헉대중공업 조회 수:2134

[단독] "현대중공업, 스파이 심어 노조 감시했다"
대의원 선거 개입 등 조직적 노조 관리 정황 발견
허환주 기자
2016.03.18 07:22:05
    
현대중공업에서 원청 노동조합은 물론, 하청노조를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소위 '어용' 조합원을 대의원 선거에 당선시키려 금품‧향응 접대는 물론, '민주파' 조합원 낙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2년 동안 회사에 우호적인 정파가 집권해왔다. 

현대중공업 운영과 과장을 지낸 A씨가 작성한 세 권 분량 수첩 중 일부 내용을 <프레시안>이 단독 입수했다. 이 수첩에는 현대중공업 운영지원과 간부와 매주 정례회의 때 지시받은 사항이 상세히 적혀 있다. 운영과는 노무 관리하는 부서로, A씨는 자신이 운영과 과장으로 지낸 2004년~2011년 5월, 7년 동안 이 수첩을 작성했다. 

수첩에는 그가 현대중공업에서 노조를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자세히 설명돼 있다. 그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무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민주파' 조합원들, 대의원 출마 못하도록 모든 방법 동원“

'11. 대의원 출마 예정자. 인물 검정(검증의 오기)해야 한다. 인물 확정시 연말까지 관리토록 하자. 
13. 대의원 견제 세력 없기 때문에 많이 해이해졌다. 작업 현장에 없다. 대부분 돌아다닌다.'

현대중공업에서는 노조 대의원 선거에 적극 개입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A 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는 대의원 선거 두 달 전부터 집중적으로 대의원 후보자들을 관리한다. 회사와 반대쪽파, 즉 '민주파' 조합원들이 대의원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 요주 인물로 찍힌 조합원들을 관리자들이 집중적으로 맨투맨 관리한다고 A 씨는 증언했다. 

A 씨는 "'대의원 견제 세력 없기 때문에 많이 해이해졌다. 작업 현장에 없다. 대부분 돌아다닌다.'는 내용은 선거철에 대의원 후보자들을 집중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고 현중 간부가 관리자들에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며 “또 기존 온건파, 즉 회사 측 대의원들도 긴장하지 않고 해이해졌다고 질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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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 수첩 내용.


'대의원 서명 요청 가능- 못하도록 할 것. 박00과 절친한 사이- 접근, 참석 차단' 

뿐만 아니라 강성으로 분류된 조합원들이 대의원으로 출마하려고 할 경우, 서명을 받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했다. 또 박00 등 특정인물을 지목하고 이 사람이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갔는지 등을 집중 관리했다. 대의원으로 입후보하려면 일정 수 이상 조합원 서명을 받아야 한다. 

A 씨는 "만약 '강성'인 대의원 후보예정자에게 서명하는 조합원이 있으면 그 서명한 사람을 반드시 찾아낸다. 그리고 온갖 방법으로 괴롭힌다"며 "이를 잘 알기에 조합원들은 쉽게 서명을 해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위에서도(운영지원과) 관리자들에게 (강성 후보예정자가) 서명을 한 명이라도 받을 경우, 책임을 지라고 압박한다"며 "그러니 우리 같은 관리자들은 서명을 못 받도록 죽기 살기로 온갖 방법을 쓴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수첩에 언급된 박00 씨는 대의원으로 당선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 철저히 관리했다"며 "아주 똑똑한 사람인데 서명을 못 받도록 우리가 작업하니 출마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조 주최 행사에 스파이 심어 일거수일투족 파악"

'1. 19일 동지연합 모임(전노회 사무실) 59명 참석. 많은 인원 당선시키자 - 결의대회. 최소 20명 당선 자신있다- 해양 4명 참석. (이00, 제00 등) 공대위 20명. 
2. 해양에서 대의원 만들겠다 - 이00 희망있다. 집요하고 의지가 매우 강하다 -등록하고 있다. 
3. 선박 =조00, 박00 - 매우 강하다 -등록 포기 권유해야.'

동지연합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내 강성 정파다. A 씨는 "이들이 주최한 결의대회에 세작, 즉 조합원 중 몇 명을 스파이로 참석하도록 한 뒤, 누가 여기에 참석했는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등을 파악했다"며 "그래서 정보를 수집하고 이후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을 철저히 관리해서 다시는 이런 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6월 15일. 
1. 17:00까지 PR 체육관 앞 집결. 인원확인요. 인솔자 참석자 명단 확인요. -정확히 파악. 
2. 참석인원 불참 시 문제가능. - 부서 배당 인원 철저. 
3. 현장여론. 공대. 대. 소. 근태 현황 매일 보고.'

현대중공업 노무관리자들은 노조 행사나 집회에 반드시 참석했다고 한다. 종합체육관에서 행사를 할 경우, 체육관 정문 앞에 관리자들이 서 있는 식이다. A씨는 "자기 부서 누가 노조 행사에 참석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며 "그래서 관리자들이 정문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약한 조합원들은 미처 행사에 오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3. 대의원+OL+ 활동가가 긴밀한 협조체제 미친 듯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원해야 한다. 
4. 목표가 없으면 전략의 효과는 없다. 중간치에 있는 조합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하자. 대상을 명확히 선정해야 한다. 
5. 챙겨야 할 부분은 철저하게 엄밀하게 해야 한다. 반 단위로 단체행동이 이뤄져야 한다. -반 단위, 반 중심으로 인당 8000원 지원해 주는 게 효과적.'  

A 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노조 대의원 선거, 위원장 선거, 임금안 등과 관련 투표할 때 회사쪽 인사, 그리고 회사쪽 안으로 투표하도록 작업을 벌인다. 여기에는 돈도 지급된다. 조합원 한 명당 8000원이 투표비용으로 지원됐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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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 수첩 내용.


하청노동자들, 노조 가입 못하도록 관리하기도 

'2월 14일. 
1. 주간 면담 실적 제출. 이번 주 부터 제출. 협력사 동향, 여론조사 주1회 이상 제출요. 
2. 금일 상황 종료 시까지 대기 하도록 한다. '
3. 공대위 소속 추모집회 참석 여부 파악 보고. 퇴근시간. 연월차 사용, 확인 통보. 
4. 협력사 인원 파악 - 참석여부. 명단.'

'4월 7일. 
1. 하청노조- 현중 협력사 이동하는 사람 접촉. 
2. 하청 노조 발생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3. 협력사 담당과장 철저한 관리 필요. 
4. 자동차 하청노조 현재도 활동 중 - 직영 감당 안 된다. 협력사 동향 매일 파악. 협력사 말 많은 사람 빨리 정리해야 한다'

협력사 노조, 즉 하청노조도 지속해서 관리했다. A 씨에 따르면 하청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왔다. 노조 관련, 어떤 행사든 감시를 통해 철저히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 이는 하청업체 관리자와 긴밀하게 협조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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