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산재 은폐 & 금품 상납

2016.02.22 16:55

4분전 조회 수:2459

현대중 임직원, 하청업체와 산재은폐 공모·금품 등 상납 받은 정황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입력 : 2016.02.22 10:33:11 수정 : 2016.02.22 13:43:24            

현대중공업 임직원이 사내하청업체 사장과 공모해 산업재해를 은폐했던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물량팀(팀장을 축으로 10~20명이 팀을 꾸려 선박 블록 등을 만들어내고 일감이 끝나면 흩어지는 비정규직 별동대)에 정규직 물량을 주는 대가로 상납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22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현대중공업 황모 부장은 지난 12일 김종이 사내협력사 대책위원회 본부장에게 “제발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지금 제 자신이 너무나 작고 초라해 생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직원인 조모씨도 지난 18일 김 본부장에게 “이제부터 노후자금을 준비할 때”라며 “지금까지 잘못한 점을 뉘우치고 열심히 살겠다. 뭐든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이 대책위 김 본부장에게 잇따라 ‘읍소 문자’를 보낸 것은 대책위가 최근 원청 임직원의 산재 은폐, 뇌물 수수 등을 지속적으로 폭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현대중공업의 기성(도급비) 삭감으로 임금체불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며 폐업한 사내하청업체 사장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재왕 대책위 위원장은 지난 17일 울산지검에 자진 출두해 산재 은폐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산재 은폐에 가담했던 이 위원장이 ‘자수’를 한 것은 폐업한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보상을 둘러싸고 현대중공업과 벌이고 있는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산재 은폐 사건이 벌어진 시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현대중공업 2야드 대조립5부 소속 사내하청업체 부건의 노동자가 블록 탑재 도중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이 노동자는 무릎 연골파열로 48주의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당시 대조립5부 부서 관리자는 “김모 상무보의 승진에 걸림돌이 된다”며 산재 은폐를 제의했다. 당시 부건의 현장 소장이던 이 위원장은 이 제의를 뿌리치지 못하고 일반 사고로 처리했다.

이후 부건이 폐업을 하자 이 위원장은 부건 소속 노동자 60여명을 데리고 물량팀을 운영하게 된다. 물량팀은 정식 등록이 되지 않는 조직이라 원청이 직접 도급비를 줄 수 없다. 이에 원청은 다른 사내하청업체들에 예산을 편법으로 내려주고 다시 물량팀에 전달하는 수법을 썼다. 이 위원장은 물량을 받는 대가로 원청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납을 했다. 매월 500~800만원가량으로 총 7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위원장이 당시 정리한 수첩을 보면 김 상무보·황 부장·국모 차장·최모 과장·임모 대리·최모 대리 등에게 현금·양주·조기·사과 등을 상납한 내역이 정리돼 있다. 또 물량팀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내하청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은 내역도 적혀 있다. 원청이 물량팀에 제3자인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돈을 간접적으로 줬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이 사내하청업체의 ‘맨아워’(M-HR)를 미끼로 돈을 받았다는 정황도 나왔다. 맨아워는 노동자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작업분량으로, 하청업체는 이를 기준으로 원청으로부터 도급비를 받는다. 원청이 맨아워를 낮게 설정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적어지는 만큼 하청업체 사장은 원청 직원에게 1맨아워당 1만원을 주는 거래를 했다고 한다. 사내하청지회는 “1맨아워당 지급되는 금액이 3만원이라고 가정하면 300맨아워에 대한 거래가 이뤄질 때 업체는 300만원을 상납하는 대신 900만원을 받는 구조”라며 “원청 직원은 맨아워 입력에 대한 재량권을 가지고 뒷돈을 챙길 수 있고, 하청업체 사장도 상납한 돈보다 남는 게 크니 손해볼 게 없는 장사”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측은 “사내협력사 대책위가 원청과의 협상이 뜻하는 대로 풀리지 않자 사실과 다른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며 “만약 일부 임직원이 상납을 받았다고 해도 이를 회사 전체 관행으로 확대 해석할 순 없다”고 밝혔다. 사내하청지회는 “조직적 산재 은폐와 임원·관리자들의 비리는 지금도 진행 중일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은 중간관리자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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